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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725

  • faithontherock8
  • Aug 28
  • 1 min read

아침에 일어나 커피 한잔을 놓고 잠도 깨고, 책도 읽으려고 뒷마당이 훤히 보이는 통유리창 앞에 자리를 잡으려다 기겁을 하고 도망 나왔다. 유리창 밖에 떡하니 붙어있는 박쥐 한마리. 형제만 분별할 수 있는 손바닥만한 징그러운 놈. 소리부터 지르고 보았다. 놀라 뛰어나온 남편. 그가 어제 출장에서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면 난 오늘 이일을 어떻게 해결했을까? humane society 에 연락을 하였더니 30분 안에 일을 해결하러 와 주었다. 여자가 나타나 좀 놀라긴 했지만, 차분히 박쥐 두놈을 잡아 가두고 나더니 다시 놓아줄 것이라 한다. 잘못하면 박쥐 때문에 광견병에 걸릴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면서 왜 다시 놓아 주는지, 이런 식으로 돌아가는 생태계는 머리로만 이해할 뿐이다. 하루종일 다른 박쥐가 우리집 어딘가에 들어붙어 있는 것은 아닌가 두리번 거리며 지낸 하루. 문득 나는 어두운 곳에 보이지 않게 숨어있다가 누군가에게 그림자처럼 붙어 상처를 내고 불안 초조 환각 공격성 혼돈을 일으키는 광견병을 옮기고 마는 병든 박쥐가 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입을 다물지 못하고 남편에게건 아이들에게건 필요한 말이라고 해주는 말들은 대체로 내 만족이라는 정체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 내가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나 때문에 이들이 겪어야 했을 불안 초조 혼돈의 시간들을 생각하니 박쥐보다 더 섬뜩한 나를 보게 된다. 문득문득 내게 숨어있는 어둠과 마주칠 때마다 얼마나 놀라고 마는지, 두리번 거리며 찾은 박쥐는 바로 나였으니. 끔찍하지만 내 자신을 바로 보게 된 것을 감사해야 하는지 마음이 서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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